사랑과 바람 1(9회)
아이고. 난감하도다. 난감 허~네~/ 박하경 수필가
위드타임즈 기사입력  2024/03/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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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친구를 만났다. 바위를 타는 팀을 따라 북한산에 열심히 올랐다. 바위를 탄다기에 무척 궁금해서 산행에 끼어들었는데 정말 바위를 서슴지 않고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북한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길이 있지만 이 팀은 주로 바위를 타야 했기에 몇 군데 정해진 코스로 올랐다.

 

북한산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임을 올라 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여러 형태의 바위가 있고 거기에 운치를 더하는 노령의 굽은 소나무의 합은 감탄을 자아낸다.

 

처음 바위를 타는 사람은 공룡바위부터 시작한다. 공룡바위가 아무리 편편해도 직선으로 누운 넓은 바위라지만 직접 올라 보면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몇 번 오르고 나면 자신감이 붙고 간이 배 밖으로 나오면서 어떤 바위도 맨손으로 오를 수 있겠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 친구를 만난 것은 원효봉 치마바위를 올라 여우굴을 지나고 직벽 말 바위에 진입 전이었던 것 같다. 말 바위를 지나 백운봉으로 오르는 길은 진짜 오금이 저린다. 그날따라 혼자 바위산행을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으로 올랐는데 여울굴을 지나고 나니 묘하게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혼자 앉아서 수통을 꺼내 물을 홀짝이고 있는데 남자 서넛이 올라오고 나는 저들이 프로인 것을 단박에 알아봤다.

 

저…… 있잖아요. 오늘 혼자 왔는데 말바위를 탈 자신감 제로로 떨어지면서 바닥을 뚫고 지하 50미터랍니다. 함께 동행을 허락해 주신다면 밥 살게요. 나의 요청에 남자 셋은 매우 선선하고 기분 좋게 동행을 허락해 주었다.

 

셋 중에 유독 내게 친절을 베풀며 백에서 붉은색 로프를 꺼내더니 건네주며 잡으라 했다. 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이가 같다. 내가 제안했다.

 

- 너 나랑 친구먹을래? 평생 후회 안 할거다했더니 흔쾌히 그러잔다. 그 친구는 바위 타러 간다는 일정을 내게 보내주었고 나는 일정이 맞는 날을 골라 그의 일행들과 함께 바위를 타는 산행을 즐기게 되었다.

 

이 친구는 바위 타는데 고수 중 고수였다. 북한산이 바위 타기 가장 좋다면서 일행들이 움직일 때면 항상 나를 초대했다. 공룡 바위를 시작으로 족두리 바위와 그 주변 바위들을 기본 섭렵하고 숨은벽을 치고 오른다.

 

스타 바위를 거쳐 만물상을 정복하고 나면 처음 후들거리던 다리는 어느새 적응되어 있고 염초봉을 등반했다. 30미터 자일과 50미터 자일을 바위정상에 오른 후 아래로 내리고 하네스를 착용하고 하강하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되었다.

 

하강에 필요한 로프와 종류별 비너는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각종 필요 용품은 어느새 한가득 소유하게 되어 전문가처럼 되어갔다.

 

이 모든 것이 산에서 주운 이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누린 호사였다. 그 친구와 그 일행들은 매유 유쾌한 사람들이었고 각자의 사업을 하면서 산을 즐기는 같은 취미로 뭉쳤다고 했다.

 

여러 번의 산행이 있은 후 그날은 친구의 일행분들이 바쁘다고 먼저 가고 저녁을 먹자는 친구와 저녁 식사자리에서 고백할 것이 있다면서 상담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가만히 귀를 귀울이는 내게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낸다.

 

이렇고 저렇고 한참 사연을 풀어놓더니만 요지는 이거였다. 외로워서 사귀었는데 헤어지자고 했더니 여자가 죽겠다고 했다나. 그러면서 묻는 거였다

 

-야. 이거 죄냐? 나 성당 나가는데. 뭐 바쁘면 어쩌다 가고. 하나님이 죄라고 하실까?

 

-하나님이 할 일도 없으신갑다. 너 바람피우는 거 쫓아다니면서 그거 죄다 아니다 판정이나 내리시게?

 

나와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치부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인류가 지구촌에 자리를 잡으면서 각각 살아내는 형편대로 법이란 걸 만들고 규율과 제도를 만들어서, 편리를 추구하고 여럿이 살 수 있는 공동체에 맞춰 살아온 거지.

 

어느 곳에서는 부인을 넷으로 규정하고 어느 곳에서는 부인을 한 명으로 규정하고. 부인 넷을 두겠다고 서로 간에 약속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하나님이 너 왜 부인 넷이냐며 따지시겠냐? 왜 심심하게 부인을 한 두냐? 고 따지시겠냐?

 

그런 것들 따위는 죄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서로가 편리하고 좀 더 잘살자고 만들어 놓은 제도를 존중하냐 안 하냐의 차이겠지.

 

네가 만약에 피차 가정 있는 사람끼리 그렇고 그랬다면 사랑이며 로맨스를 넘어서서 규약을 어긴 것에 대한 비난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스스로거나 상대적인 정죄를 받겠지.

 

또 하나님이라도 이쁘게는 안 보시겠지 뭐. 하나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일로 상처받은 인생들은 아프다고, 미쳐 죽겠다고 아우성을 쳐대니 인간들끼리 만든 법은 지키며 살기를 바라지 않으시겠어?

 

이런 논리로 농 비슷한 말을 한 기억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자기가 함께 살고 있는 상대를 비난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야 자신의 사랑에 대한 행위나 배신의 행위나 바람의 행위에 대한 필요 적절한 합리화가 될 테니 말이다.

 

친구가 말하는 바람의 대상이 내가 아는 지인의 부인이었더란 말이지. 헐.

 

어느 날 뜬금없이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산에서 만난 친구를 아느냐고 물었다. 산에서 만난 친구라고 말하자 자기 부인과 길게는 6년 전이고 짧게는 3년 전부터 의심스러운 사람이라면서 부인과는 이혼했다고 한다. 펑펑 우시면서.

 

아이고. 난감하도다. 난감 허~네~.

모르는 척하면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을 뿐인데 늦은 시간 집 앞까지 차를 태워주는 것을 딸아이가 본 모양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말씀하시면서 울고 또 우시고 그러면서도 부인에 대한 연민을 도무지 놓지 못하시는 거였다.

 

마음 같아서야 확실하게 다 말해주고 싶었다.

‘댁의 부인은요 제 친구를 사랑한답디다. 헤어지면 죽는다고 했답디다.’라고 말이다.

그러나 차마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의심은 했지만 그래도 설마 설마 설마…… 설마. 아이들을 두고 그럴 수 있겠냐는 그분의 심정을 짓밟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부인은 이혼한 상태이지만 전 남편과 내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무지 불안할 것이다.

 

친구에게 너도 공평하게 이혼해야지? 왜 네 애인만 이혼하게 만드는데? 했더니 친구 말이 걸작이었다.

 

-난 집을 떠나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고 외로움을 소각시키는 대상이었을 뿐이야.

난 이혼할 생각을 가져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어. 마누라와 함께 다음 주 제주도 한라산에 간다. 헐. (2007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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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경 수필가  ©위드타임즈

  [秀重 박하경 수필가 프로필] 

출생: 전남 보성. 시인, 수필가. 소설가 

한일신학교 상담심리학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경희사이버대학사회복지, 노인복지학 전공 

월간 모던포엠 수필 등단(2004).월간 문학바탕 시 등단(2007).한국문인협회,한국소설가협회와 경기광주문인협회 회원, 현대문학사조 부회장, 지필문학 부회장, 미당문학 이사, 현대문학사조 편집위원. 종자와 시인 박물관 자문위원. 제2회 잡지 수기 대상 문광부장관상 ,경기광주예술공로상 등 수상, 시집 : <꽃굿><헛소리 같지 않은 뻘소리라고 누가 그래?> 외 동인지 다수 등 (현)운당하경서재(유튜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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